유럽의 여름 섬 여행이라고 하면 산토리니, 마요르카, 시칠리아처럼 유명한 휴양지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7월과 8월의 인기 섬은 숙박비가 크게 오르고, 해변과 관광지마다 여행객이 몰려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조금 덜 알려진 곳으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유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화산섬의 포도밭과 와이너리, 비행기가 모래사장에 착륙하는 섬, 새하얀 그리스 마을과 북유럽의 사우나 섬까지 선택지도 다양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명 관광지의 혼잡함을 피해 떠나기 좋은 유럽의 숨은 섬 여행지 5곳을 소개합니다.
1. 이탈리아 판텔레리아|화산과 와인이 만든 검은 섬

시칠리아와 튀니지 사이에 자리한 판텔레리아는 검은 화산암 지형 때문에 지중해의 검은 진주라고 불리는 섬입니다.
거친 용암지대와 푸른 바다가 대비를 이루고 있으며, 섬 안쪽으로 들어가면 포도밭과 올리브나무, 낮은 돌담이 이어집니다.
판텔레리아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아랍 문화의 영향을 받은 전통 가옥 담무소입니다. 두꺼운 돌벽과 둥근 지붕을 갖춘 집으로, 여름에는 내부를 시원하게 유지해 줍니다. 일부 담무소는 부티크 호텔이나 독채 숙소로 운영되고 있어 특별한 숙박 경험도 가능합니다.
판텔레리아에서 꼭 해볼 것
- 화산암 해안과 숨은 만에서 수영하기
- 천연 온천과 머드탕 체험하기
- 지비보 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과 파시토 맛보기
- 현지 와이너리 투어 참여하기
- 담무소 숙소에서 머물기
판텔레리아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전통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강한 바람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땅을 움푹 파고 낮게 키우는 방식입니다.
포도 수확은 주로 8월과 9월에 진행되며,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예약을 통해 수확 체험과 와인 시음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판텔레리아 가는 방법
한국에서 판텔레리아로 가는 직항편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로마나 밀라노를 거쳐 판텔레리아행 계절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시칠리아의 팔레르모·트라파니·카타니아에서 국내선으로 이동합니다.
트라파니에서는 판텔레리아행 페리도 운항합니다. 여름에는 항공편과 선박 일정이 늘어나지만, 성수기에는 조기 매진될 수 있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 화산지형, 조용한 부티크 숙소를 좋아한다면 판텔레리아가 잘 맞습니다.
2. 스코틀랜드 바라섬|비행기가 해변에 착륙하는 섬

스코틀랜드 아우터헤브리디스 제도에 속한 바라섬은 유럽에서도 가장 독특한 공항을 가진 섬입니다.
바라 공항의 활주로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트라이 모어 해변의 단단한 모래사장입니다. 비행기는 썰물 시간에 맞춰 해변에 착륙하고 이륙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카리브해의 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빠르게 변하는 날씨는 이곳이 스코틀랜드라는 사실을 금방 알려줍니다.
바라섬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
- 해변 활주로에서 비행기 착륙 보기
- 바닷새와 독수리를 찾아 걷기
- 바다표범이 쉬는 실 베이 방문하기
- 카약과 해양 사파리 체험하기
- 인근 바터세이섬과 에리스케이섬 여행하기
바라섬은 바다 생물을 관찰하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해안에서는 회색바다표범과 참물범을 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퍼핀과 다양한 바닷새가 찾아옵니다.
6월부터 9월 사이에는 밍크고래나 돌고래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다만 야생동물 관찰 여부는 날씨와 바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라섬 가는 방법
글래스고에서 바라섬까지 소형 항공편이 운항하며, 비행시간은 약 1시간 15분입니다. 항공편은 조수와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스코틀랜드 서부의 오번에서는 바라섬으로 가는 페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배편은 약 5시간 정도 소요되며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관광보다 자연과 야생동물, 고요한 해변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추천합니다.
3. 그리스 세리포스|산토리니보다 한적한 키클라데스섬

세리포스는 아테네에서 페리로 갈 수 있는 서부 키클라데스 제도의 섬입니다.
산토리니나 미코노스처럼 대형 리조트와 국제공항이 없어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현지인과 예술가들이 조용히 쉬기 위해 찾는 섬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페리를 타고 리바디 항구에 들어서면 바닷가를 따라 작은 타베르나와 숙소가 이어집니다. 항구 뒤편의 산비탈에는 하얀 집들이 층층이 올라선 호라 마을이 보입니다.
세리포스의 대표 볼거리
- 언덕 위에 자리한 호라 구시가지
- 키클라데스풍 흰색 골목과 교회
- 리바디 항구의 해변 식당
- 프실리 암모스와 가네마 해변
- 섬 곳곳에 흩어진 작은 만과 해변
세리포스에는 잘 알려진 해변만 수십 곳이 있습니다. 버스나 도보로 갈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외곽 해변까지 둘러보려면 렌터카나 스쿠터가 편리합니다.
호라 마을은 해가 지기 직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얀 골목과 풍차, 돔 형태의 교회가 주황빛으로 물들며 전형적인 그리스 섬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세리포스 가는 방법
아테네 피레우스항에서 세리포스행 페리가 운항합니다.
고속선을 이용하면 약 2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지만, 선박 종류와 기항지에 따라 3~4시간 정도 걸릴 수 있습니다.
7월과 8월에는 아테네 시민들도 많이 찾기 때문에 페리와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산토리니의 풍경은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붐비는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면 좋은 대안입니다.
4. 스페인 엘이에로|카나리아 제도의 마지막 화산섬

엘이에로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두 번째로 작은 섬이자 가장 서쪽에 자리한 섬입니다.
테네리페와 그란카나리아에 비해 관광객이 적고, 대형 리조트보다 화산지형과 숲, 천연 수영장, 다이빙 명소로 유명합니다.
엘이에로는 200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으며, 2014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섬은 작지만 안개 낀 월계수 숲, 거대한 절벽, 용암지대와 검은 해변 등 풍경의 변화가 매우 큽니다.
엘이에로에서 놓치기 아까운 곳
- 안개 낀 월계수 숲을 걷는 라 야니아 트레일
- 바람에 휘어진 고대 향나무가 있는 엘 사비나르
-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엘 라히알 지대
- 바위 사이에 형성된 천연 해수 수영장
- 마르 데 라스 칼마스 해양보호구역
섬 남쪽의 마르 데 라스 칼마스는 바람과 파도가 비교적 잔잔한 지역입니다. 수중 화산지형과 풍부한 해양 생태계 덕분에 스쿠버다이빙 명소로 꼽힙니다.
바다거북과 가오리를 비롯한 해양 생물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안전을 위해 현지 허가를 받은 다이빙 업체를 이용해야 합니다.
엘이에로 가는 방법
한국에서는 마드리드나 유럽 주요 도시를 거쳐 테네리페로 이동한 뒤 엘이에로행 국내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편리합니다.
테네리페에서 엘이에로 공항까지 항공편이 연중 운항하며, 선박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섬 내부 대중교통은 제한적인 편이므로 주요 자연 명소를 둘러보려면 렌터카가 유용합니다.
하이킹과 다이빙을 함께 즐기고 싶은 자연 여행자에게 특히 잘 어울립니다.
5. 핀란드 파스타 올란드|사우나와 카약을 즐기는 북유럽 섬

올란드는 핀란드와 스웨덴 사이 발트해에 자리한 자치 제도입니다.
약 6,700개의 섬과 암초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민 대부분은 스웨덴어를 사용합니다. 중심이 되는 섬이 파스타 올란드이고, 마리에함이 여행의 거점 역할을 합니다.
울창한 침엽수림과 붉은색 목조주택, 화강암 해안이 어우러져 전형적인 북유럽 여름 풍경을 보여줍니다.
올란드에서 즐기는 여름휴가
- 바닷가 별장에서 사우나 즐기기
- 카약을 타고 작은 섬과 만 둘러보기
- 마리에함 항구와 해양박물관 산책하기
- 에케뢰의 데게르산드 해변 방문하기
- 자전거로 섬과 섬 사이 이동하기
올란드의 여름 별장에는 전용 사우나가 설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전통 장작 사우나부터 바다 위를 이동하는 사우나 보트까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카약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자동차로 지나치기 쉬운 작은 해안과 마을까지 천천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문명과 잠시 거리를 두고 싶다면 전기 없이 운영되는 외딴 통나무 오두막에 머물며 장작 사우나와 발트해의 일몰을 즐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올란드 가는 방법
스톡홀름과 헬싱키에서 마리에함행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페리는 스톡홀름, 헬싱키, 투르쿠 등 여러 도시에서 출발합니다. 스웨덴 그리스레함에서 출발하는 빠른 노선은 약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북유럽 여행 일정에 포함한다면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를 이동하는 중간 기착지로 계획하기 좋습니다.
북유럽 감성의 별장, 사우나, 자전거 여행을 좋아한다면 만족도가 높은 섬입니다.
여행 취향별 추천 섬
와인과 미식 여행을 원한다면
- 이탈리아 판텔레리아
- 화산 토양에서 자란 포도와 현지 와인을 맛볼 수 있음
- 담무소 숙소와 조용한 해안이 매력적
야생동물과 외딴 자연을 좋아한다면
- 스코틀랜드 바라섬
- 바다표범, 돌고래, 바닷새 관찰 가능
- 해변 활주로 착륙이라는 특별한 경험
그리스 감성의 휴양지를 찾는다면
- 그리스 세리포스
- 흰색 골목과 풍차, 에게해 전망
- 산토리니와 미코노스보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분위기
하이킹과 다이빙을 모두 즐기고 싶다면
- 스페인 엘이에로
- 화산 트레일과 해양보호구역을 함께 경험
- 렌터카를 이용한 자연 여행에 적합
사우나와 느린 여행을 원한다면
- 핀란드 파스타 올란드
- 별장 사우나와 카약, 자전거 여행
- 스웨덴과 핀란드를 잇는 일정으로 구성하기 좋음
유럽의 숨은 섬을 여행할 때 알아둘 점
유명 관광지보다 한적한 섬은 매력적이지만 교통편이 많지 않습니다.
- 여름 성수기 항공권과 페리는 미리 예약하기
- 날씨 때문에 결항될 가능성을 고려해 일정에 여유 두기
- 렌터카가 필요한 섬은 차량도 함께 예약하기
-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상점과 식당이 적을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기
- 야생 해변과 하이킹 코스에서는 물과 간식을 준비하기
- 자연보호구역에서는 지정된 탐방로와 현지 규칙 지키기
특히 바라섬과 엘이에로처럼 기상 변화가 큰 곳은 섬에서 나오는 날과 국제선 출국일을 같은 날로 잡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무리
유럽의 섬 여행은 유명 관광지를 따라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판텔레리아에서는 화산과 와인을, 바라섬에서는 야생 해변과 독특한 공항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리포스에서는 조용한 에게해의 여름을, 엘이에로에서는 거친 화산 자연을, 올란드에서는 사우나와 발트해의 느린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접근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상업화되지 않은 풍경과 여유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섬들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번 여름 유럽의 유명 휴양지가 너무 붐빌 것 같다면, 대도시 일정에 작은 섬 하나를 더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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